로봇·전기차 충전 인력 300여명 직무 전환 처지 대대적 이동에 경남 창원으로 지방 발령 가능성 "MC사업 해체 때보다 규모만 작을뿐 같은 상황"
[데일리한국 이보미 기자] LG전자가 전략적 사업 재편(리밸런싱)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인력 재배치 작업으로 술렁이고 있다. 특히 상당수가 지방 발령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사업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직원 약 300명은 다른 사업부로 이동을 기다리고 있다. 자회사 베어로보틱스와 통합을 결정한 사내 산업용 로봇 브랜드 '클로이' 사업부 200여명과 함께 최근 철수를 공식화한 전기차 사업부 100여명이 대상자로, 이달 내로 자리를 옮긴다.
LG전자는 최근 클로이 사업 인력의 전적 동의를 받아 자회사인 베어로보틱스로 이관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내부에선 "죽어도 LG전자 안에서 버텨야 안전하다"는 의식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임금 격차와 근로 조건 악화, 자회사의 태생적 한계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전적에 동의하지 않아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LG전자가 지난달 전기차 충전기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해당 사업부 인력의 희망 부서 파악 절차까지 추진되고 있어서다. 대규모 인사 이동으로 부서 티오(TO·정원)가 적어 내부에선 기존에 왔던 사업부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클로이 사업부 인력은 2021년 해체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 '크레이지 프로젝트'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돌아갈 부서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클로이 사업부 남은 인력들의 주요 후보지로는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HS(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사업부가 거론되고 있다.
내부 동요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클로이 사업부 대부분의 인력은 MS(미디어에터테인먼트) 사업부로 이동을 희망하고 있지만, 전기차 충전기 사업부 인력 대부분이 MS사업부에서 차출된 터라 수용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상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평소에 전환 배치가 흔하지 않은 만큼 이번 이동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다만, 대규모 이동이 예고된 현재 상황에서 이번 전환 배치를 기회로 잡을 수 있는 인력은 내부 라인이 있는 소수에 그칠 것이란 전언이다.
LG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MC사업부 해체 때 보다 규모만 작을 뿐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윗선은 이미 갈 곳이 다 정해졌고, 갈 곳을 못 찾는 사람만 결국 루저(실패자)로 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경영진의 사업 부진과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안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는 올해 초 베어로보틱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클로이' 중심의 상업용 로봇사업 일체와 베어로보틱스 통합을 결정했다. 회사는 로봇 사업 전반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에선 클로이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이번 통합 조치 배경으로 지목한다.
2022년 첫발을 뗀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시장의 성장 지연과 경쟁 심화 등 업황 악화에 따라 지난달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LG전자는 작년 11월 조직개편 당시만 해도 전기차 충전 사업을 매출 1조원 이상 규모 유니콘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조기 전력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전 구성원 공지 및 개별 면담을 통해 의사를 확인 후 전환 배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