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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美 엔지니어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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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78회 작성일 24-02-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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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실리콘밸리는 흉흉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메타에 다니는 엔지니어 부부가 갓난아이를 죽이고 동반 자살을 했다. 구글에선 20대 엔지니어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죽이고 구속됐다. 언젠가부턴 ‘아마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빅테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초봉이 20만 달러(약 2억6650만원)에 육박하는 초고연봉자들이다. 그들의 말로가 이토록 비참해진 이유에 대해선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공식처럼 따라붙는 분석들이 있다. “빅테크 호시절에 대규모 융자를 끼고 고가 주택을 구입했을 것이고, 최근 회사에서 해고됐거나 그럴 예정이었던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구글·아마존 등 이곳의 빅테크들은 올 1월에만 4만명 넘는 사람들을 잘랐다. 최근 빅테크에서 해고된 한 엔지니어는 “유망한 인공지능(AI)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프로그래머가 공급 과다인 상태”라고 했다.


반면 같은 ‘엔지니어’임에도 분위기가 180도 다른 분야가 있다. 제조업에 사용되는 장비나 로봇을 제어하거나, 신설 공장에 투입돼 전기 시스템 전반을 설계하는 이들이다. 이들 직종은 컴퓨터·모바일 서비스가 테크 산업의 주축이 된 후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 비해 연봉도, 인기도 밀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527억 달러(약 70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내세우며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강하게 추진하기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상황이 크게 뒤바뀌었다.


최근 테슬라 공장에서 차량 생산 로봇을 제어하는 업무를 맡다가 미 반도체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의 신설 공장으로 이직한 한 엔지니어는 “새로 지어지는 반도체 공장이 너무 많아 이직 기회가 널렸고, 인력 수요가 급증한 만큼 연봉 협상도 너무 수월했다”며 “바이든 덕분에 비싼 주택 구매의 꿈도 머지않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마치 수년 전 빅테크 기업들이 각종 스톡옵션과 복지로 채용 경쟁에 나섰을 때 들떴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 산업의 중심추는 반도체 제조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현지 엔지니어들이 겪는 명암이 이 같은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한 1차적인 증거다. 그뿐일까. 지난 21일(현지 시각) 열린 인텔의 첫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행사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반도체 생산의 80%를 동아시아에 의존하지만, 10년 내 아시아와 서구권의 반도체 생산 비율을 50대50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 구상을 듣고 “(구상 실현을 위해) 2차 대규모 반도체 지원법도 나올 수 있다”며 거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에서 반도체 생산을 하겠다고 달려들었다. 문득 두려워졌다. 한국은 이 같은 거대한 변화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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